수돗물불소화 사업 찬반 기고

▲ 이 흥 수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 교수
'나이가 들어서까지 치아가 건강한 것은 오복 중의 하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인기까지 치아를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실제로 국가조사에 의하면 65-74세 노인의 1인당 평균 치아보유수는 17.24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의 치아가 사랑니를 제외하고 28개인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11개의 소중한 치아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소중한 치아를 잃게 만드는 주 원인은 충치입니다. 충치는 감기 다음으로 치료빈도가 높은 질병이기도 합니다. 소중한 치아를 지키는 길은 우선 충치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입니다만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안전하며, 개인에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입니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란 수돗물에 들어 있는 불소 농도를 조정하여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불소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로서 그 양이 12번째로 많습니다. 불소는 대기, 토양, 지표수, 지하수, 바다 등 어디에든 존재합니다. 우리가 음식물로 먹는 동식물에도 이미 불소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유명약수에는 불소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오색약수의 불소농도는 1.3ppm, 평창의 가리골 약수는 1.5ppm, 청송의 달기 약수는 1.2ppm입니다.

설령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미 불소를 섭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불소의 양이 충치를 예방하는 데에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불소가 부족하면 충치가 생기기 쉬우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추가적으로 불소를 섭취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에서는 충치예방을 위해 수돗물에 들어 있는 불소를 0.8ppm(천만분의 8)농도가 되도록 조정합니다.

수돗물에 불소농도를 조정하면 충치가 삼분의 1에서 절반 정도 줄어듭니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치근충치'라고 하는 새로운 충치가 많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이 치근충치를 절반 정도 줄여줍니다. 사업에 드는 비용도 싸서 처음 시설 설치비를 포함하여 연간 1인당 500원 정도가 듭니다. 치과에 가서 치료받는 비용이 최소 1만 오천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경제적인 가를 알 수 있습니다. 치아를 빼서 임플란트나 틀니를 해야 하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과장해서 '새발의 피'인 셈이죠.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별다른 노력 없이 일상생활 중 그냥 수돗물만 마시면 되는 것이므로 가장 실용적이고 편리한 방법인 것입니다.

올해가 우리나라에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 시작된 지 30년 되는 해이므로 한 세대가 흘렀습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두세대 6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세계보건기구가 안전성을 확인하고 각국에 권장하는 충치예방사업입니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가 제정한 20세기 10대 공중보건업적에 선정된 사업이기도 합니다.

전세계 60여개국에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 시행중이며, 소금에 불소를 첨가하는 식염불화법을 실시하는 나라도 30개국이 넘습니다. 아일랜드 같은 나라는 본 사업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의 안전성은 역사가, 과학이, 그리고 현재 수돗물불소농도사업실시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2010년 현재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기계고장으로 사업을 하지 못하는 지역을 제외하고 20개 지역, 26개 정수장 26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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