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불소화 사업 찬반 기고

▲ 최 상 일 바름돌 역사문화교육연구소장
제가 살고 있는 청주시는 1982년부터 한국에서 가장 오래동안 수돗물 불소화사업을 진행했던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2004년 20여 년 간 진행했던 '청주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시민들의 힘으로 중단시켰습니다. 왜, 그동안 보건당국이 청주시의 사례를 들며 충치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던 불소화 사업을 청주시민들은 중단시켰을까요? 또 1997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서 수돗물불소화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쟁이 계속될까요?

일단, 개념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수돗물 불소농도조절사업'이 아니라, 불소가 들어있지 않은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는 '수돗물 불소화사업'입니다. 상수도로 이용하는 하천물에는 불소가 거의 들어있지 않고, 심지어 일부지역의 지하수나 온천물을 제외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지하수에도 불소가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습니다. 1980년 부터 보건당국 스스로 수돗물불소화라 선전하던 사업을 2004년 경 부터 '수돗물 불소농도조절사업'이라 바꾸게 된 배경에는 불소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교묘히 피해가기 위한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던 제가 청주에서 수돗물불소화 반대운동에 뛰어 들었던 이유는 지금은 상식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불소가 인체에 축적되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이고, 인체에 다양한 부작용이나 질병을 유발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비료공장이나 알루미늄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산업폐기물), 거기에는 다양한 중금속과 불순물질이 미량 들어있는데, 불순물을 제거하는 어떠한 정제 과정도 없이 그대로 사람들이 먹는 수돗물에 투입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수돗물에 들어가는 불소는 의약품으로 제조된 물질이 아니라, 공장 굴뚝에서 나온 산업폐기물입니다. 둘째는 이미 사람들은 불소를 알게 모르게 음식물과 공기를 통하여 다량 흡수하고 있고, 수돗물에 마저 불소를 넣는다면 인체에 과도하게 불소가 축적되고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불소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독성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인데, 수돗물불소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구강보건 관련 분들이 불소의 화학적, 독성학적, 의학적인 규명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안전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농약도 미량을 먹으면 괜찮고 인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불소가 충치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환경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지 않은 사회적 약자,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기 때문입니다.

짧은 신문 투고문에 수돗물불소화의 문제와 부당성에 대해 세세하게 이야기 드릴 수 는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현재 구강보건법에 규정하듯이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수돗물을 먹는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게 되어있습니다. 진안 지역의 주민들이 보건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믿지 말고, 주체적으로 나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면밀히 검토한 후, 민주적으로 결정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즉 수돗물불소화를 결정하는 주체는 보건당국이 아니라 불소가 들어간 수돗물을 마시고 먹어야 하는 지역주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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