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읍 죽산리 임종남·윤혜경 부부

▲ 항상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임종남, 윤혜경 부부는 요즘 참 행복하다.
마당 한 가운데 펼쳐져 있는 장독대가 마을의 주위 풍경과 더불어 정겨움을 더한다. 거기에 구수하게 퍼지는 된장 냄새 역시 이곳에 속한 한 부분으로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30대의 젊은 부부 임종남(35), 윤혜경(33)씨는 2003년 10월, 낯선 진안에 둥지를 틀었다. 지금까지 전주에서만 생활하다 첫 시골살이에 도전한 이들 부부에게 진안으로의 귀농을 안내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푸른 녹음이 드리워진 산 속에 폭 안긴 어은동 마을. 그곳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으로 삶을 엮어가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안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다
부부의 귀농은 딸 채은이가 태어나면서 생각하게 된 일이었다. 각자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부부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어머니가 하고 있는 장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40년 동안 전주에서 소규모로 장류 판매를 하고 있는 어머니의 가업을 잇는 셈이다. 그렇게 장류 사업을 계획하고 귀농을 생각하면서 6개월 동안 장소를 물색하던 중 우연히 진안 어은동 마을에 경매로 나온 집을 알게 됐고 부부는 그곳에서 제2의 보금자리를 꾸렸다.

깨끗하고 외각 지역을 찾고 있었던 부부에겐 아마도 최적의 장소가 아니었을까.
임종남씨 아버지가 7살 때까지 진안읍에서 생활한 적도 있었다고 하니 임종남씨와 진안과의 인연은 어쩌면 그때부터 이어져 있었나 보다.
 
"순애할매된장입니다"
"처음에 콩 10가마니로 시작해서 지금은 그때보다 30배가 늘었어요."

귀농 4년. '순애할매된장'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상승중이다. 귀농해서 1년간은 아무런 소득 없이 장 숙성시키는데 시간을 보냈던 부부는 이제 들어오는 주문 물량 맞추기에 바쁘기만 하다.

2006년 초반부터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해서 갑자기 몰리는 주문에 물건이 없어 4~5개월 동안 판매를 쉬기도 하는 등 초보 사업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부부는 해가 갈수록 안정적인 장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달 상품 판매 평균은 4~5백개(3kg). '순애할매된장'의 주 판매처는 인터넷 쇼핑몰 '옥션'이다. 홈페이지 개설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지만 실패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로 물건을 구입했던 부인 원혜경씨의 생각으로 시작했던 쇼핑몰 판매는 소위 대박을 터트린 모양이다.

"처음에 쇼핑몰에서 얻는 수익금은 아내의 용돈으로 쓸 요량으로 올려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희 주 수입원이 거기에서 나오고 있어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활발한 사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젊은 부부긴 한가 보다.
'장'을 담글때면 전주에서 어머니를 모셔와 어머니의 40년 맛의 비법을 배우고 있는 부부. 이들 부부는 '순애할매된장'의 맛의 비밀이 어머니의 손 맛도 있지만 어은동 마을의 물 맛도 중요한 비법이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전주와 진안에 내려와 담그시는 장은 약간 맛이 달라요. 아마도 지역의 물 맛과 자연환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장류사업을 하면서 어은동 마을의 깨끗한 공기와, 물, 청정환경 등 자연이 주는 큰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임종남씨. 하지만 요즘 지역에 석산이 개발된다는 말이 들려오니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사업도 확장하고 마을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이들 부부에겐 석산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길 바랄뿐이다.

임종남씨는 콩 재배도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부인의 친정인 부안과 진안농협에서 콩을 사서 된장을 담고 있지만 앞으로는 직접 농사지은 콩을 수확해 된장을 담을 생각이다.

또한 홈페이지를 활성화시켜 농촌생활에 향수를 느끼는 도시민들의 대리만족을 시켜줄 수 있는 방법도 구상중이다. 장 담그기 체험학습도 임종남씨의 장기 계획 중 하나이다.
 
진안사람 되기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친절하시고 좋으세요. 도움도 많이 주시고요."
도시생활만 하던 부부는 귀농해서 처음 마을 사람들의 관심이 참 불편했더란다. 하지만 순박한 시골 인심에 부부도 곧 마음의 문을 열고 지역에 동화됐다.

"동네 어르신들이 초창기에는 저희 된장, 고추장도 많이 사서 드시고 자녀들한테 홍보도 많이 해주셨어요. 어려울때 큰 도움이 됐죠."

된장냄새가 나도 불평한마디 없이 부부가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은 마을 주민들에게 부부는 항상 감사하다. 그리고 일에 바빠 마을 일에는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죄송스러울 뿐이다.

어은동 마을에서는 가장 젊은 임종남, 윤혜경 부부. 아마도 마을 주민들은 이들 부부를 처음부터 낯선 외지인이 아닌 고향에 돌아온 자녀를 맞이하듯 음으로 품어 안지 않았을까.
 
"참, 행복합니다"
부부는 요즘 참 행복하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이제 돌이 지난 아들과 항상 함께 하면서 도시에서 살았다면 미처 느끼지 못했을 행복을 맛보며 살아가고 있다.

부부는 앞으로도 이렇게 어려울때도 즐거울때도 가족이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한테 말 해주고 싶어요.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시골살이를 계획해 보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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