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면 신연마을 이광형씨

▲ 힘들지만 진안에서의 정착을 꿈꾸는 이광형씨.
지금 처한 현실이 여러 가지로 힘들지만 그래도 광형씨는 진안에서 희망을 꿈꾸며 미래를 설계한다. 오래 전부터 꿈꾼 귀농이었던 만큼 쉽게 좌절하지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오늘도 마음을 다잡아 본다.
 
◆막연한 꿈 '귀농'

이광형(38)씨가 진안으로 귀농한지도 올해 10월이 되면 만 5년이 된다. 처음 아내와 귀농할 당시만 해도 9개월이었던 아이는 5살이 되었고, 진안에서 태어난 둘째도 4살배기가 되었다. 또 올 9월 달이면 세 번째 아이가 태어나 다섯 가족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행복한 생활을 꿈 꿨던 그에게 진안에서 시작한 귀농은 어렵고 혹독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옛날 꿈이 소설가였어요. 그땐 자연 속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막연하게 시골에서의 생활을 꿈꾸었지요.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 후 대학에 들어가면서 귀농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했고 20대를 지나면서 농사짓고 사는 것이 나한테 맞겠구나 싶었죠."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생활하던 이광형씨. 완전 서울 토박이였던 그였지만 광형씨는 시골이 좋았다. 결혼한 아내도 서울 사람이었지만 그와 같이 귀농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부모님은 지금도 마땅치 않아 하세요. 처음 귀농한다고 했을 때는 하도 오래전부터 말 해오던 거라 반대는 안 하셨지만 싫어하시긴 했죠."

부모님의 반대만 있었을 뿐 이처럼 그들 부부에게 귀농에 대한 다툼이나 의견 차이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광형씨 가족은 삼십대 초반이란 이른 나이에 귀농을 실천했는지도 모른다.
 
◆'귀농' 꿈과 현실의 차이
"귀농학교에서 만난 친구가 먼저 성수면 중길리로 귀농을 했어요. 그 친구를 은신처로 삼고, 저도 같은 지역으로 귀농했지요. 그러다 마을 간사로 상전 신연마을로 오게 되었고 마을 간사 활동을 그만 둔 지금까지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성수에서 터전을 마련한 이광형씨는 감자, 흑미 등 2년 동안 전업으로 농사를 해 봤지만 농사란 게 녹녹치 않았고 모두 실패했다. 출하할 것이 없어 수익도 없었다.

"처음 내려올 때 두해동안 먹고 살 돈을 가지고 내려왔어요. 그러다 수입이 없으니까 집사람이 학습지 교사로 활동했어요. 하지만 현재 임신 중이라 그만뒀지요."

그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직장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주천에 한옥 집을 짓고 있는 친구 일을 도와주지만 이제 그 일도 곧 마무리 되어 간다. 얼마 전에는 약간의 집안 소유의 땅이 있는 문경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부모님의 권유에 진안을 떠날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그는 자연환경 좋은 진안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힘들지만 내색안하고 이곳이 좋다고 말 해주는 아내의 믿음도 그에게 큰 힘이 된다.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들어와 산다는 것, 참 어려워요. 그리고 자기의 땅이 있느냐 없느냐도 정착하는데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농사보다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직장이 시급한 문제라 직장을 구하는 중인데 그리 쉽지만은 않네요."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다 아내가 출산하고 3~4년 후 다시 직장생활을 할 때 즈음 특정 작목을 생각하지 않고 소작을 중심으로 농사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광형씨. 그는 경제적인 부분 등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좋은 점이 있기에 진안을 떠나지 않고 살 것이라고 말한다.

"연고지가 없는 귀농인들은 지역에 살지만 공중에 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 역시 5년이 지났지만 공중에 붕 뜬 채로 지역에 가라앉지 못했고요."

비록 젊은 시절 꿈꾸었던 귀농과 현실의 귀농에 많은 차이가 날지라도 현실을 꿈꾸던 귀농생활로 맞춰서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광형씨. 그는 지금도 지역에 제대로 가라앉아 살기 위해 진짜 그들 가족이 정착할 보금자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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