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천면 노성리 노채마을 서선영 씨

▲ 서선영씨
무엇이 도시의 삶을 농촌으로 옮기고 있는가. 농촌자원개발연구소가 발표한 '노후 농촌생활에 대한 국민적 가치인식 수준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67%가 노후를 농촌에서 보내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35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우선순위로 보면 '자연과 더불어 살기 때문에 몸이 좋아질 수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등 건강한 생활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다음으로는 '도시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환경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기농산물 등 식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등 자연친화적인 생활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도시가 주는 스트레스

귀농인 서선영(49) 씨의 경우, 도시생활의 스트레스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온갖 장애들이 농촌의 삶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군 복무 후 엘리베이터 기술자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선택한 직업이라 전업을 꿈꾸기도 했겠지만 귀농을 준비하던 작년까지 올곧이 한 가지 직업에 매진했다. 같은 일을 20년 넘게 유지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나 엘리베이터 보수라는 특수성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는 것은 입주민들의 발이 묶인다는 것을 뜻했다. 밤을 새워서라도 새벽까지는 일을 끝내야 했다. 그러나 기계가 어찌 그러한 사정을 알겠는가.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주민들의 성화에 스트레스는 높아만 갈 수밖에 없었다.

귀농학교 통해 유기농 눈 떠
그러던 중, 서 씨는 서울에 있는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주관하는 귀농학교의 문을 두들였다. 귀농학교 45기인 서 씨는 그곳에서 유기농업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작물을 재배하는데 있어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한다는 게 얼마나 큰 해악을 입히는 것이지, 농촌에서 지역민들과 부대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 속에서 얻는 기쁨과 갈등은 무엇인지 등 귀농 생활의 전반적인 컨설팅을 받는 자리가 바로 귀농학교였다.

귀농학교를 수료하고 나서 귀농지를 찾는 것도 힘들었지만 우선 해결해야 했던 건 아내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아내 박영이 씨에게 귀농의 뜻을 밝혔을 때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삶의 틀을 완전히 바꾸고자 했던 서 씨의 의지 또한 강했다. 아내는 농촌생활의 낯설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자녀들의 교육이 더 걱정이었다. 서 씨도 교육 문제에서 만큼은 자유롭지 않았지만 아내와는 시각이 조금 달랐다.

"아이들 교육 문제가 걸렸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언제까지 자식들로 인해 발목 잡힌 삶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치되어선 안 되겠지만 부모와 자식은 각각의 인생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교 1학년인 아들은 전주에서 하숙을 하며 학교를 다니고 중학교 3학년인 딸은 완주에 있는 기숙학교를 다닌다. 각각 생활을 따로 하기 때문에 비용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도시의 중고생들이 지출하는 각종 사교육비를 생각한다면 덤으로 드는 비용이라고만은 생각지 않았다.
 
진안에서의 새로운 출발
새로운 삶터를 찾기 위해 경북 봉화 등 전국 각지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진안군 홈페이지를 접했고 그런 인연으로 진안군청과 귀농귀촌활성화센터에도 문을 두들였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던가. 귀농귀촌활성화센터의 소개로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은 것이다. 현재 살고 있는 노채마을 끝자락이 그곳이다.

8천여 제곱미터(약 2,500평)의 부지를 매입했다. 그곳에 널찍한 집을 짓고 나서 올 1월에 이사 왔다. 난방으로 나무보일러를 설치해 땔감도 마련하고 봄이 되어 이것저것 자급작물도 심었다. 환금작물로 오미자를 시작한 서 씨는 우리군 무지개오미자연구회에도 가입했다.

농사로 당분간은 수익이 없겠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농사로도 먹고 살 수 있으리라는 게 서 씨의 생각이다. 집 주변 정리와 밭일 등, 이것저것 하루 종일 몸을 움직였고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종일 일을 해도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서 씨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귀농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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