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설팅 이루어지는 외송마을은 어떤 마을인가
외송마을, 집과 농토 수몰 후 보상비로 근근이

▲ 주민들은 보상비 받아 새로 외송마을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인생이 팍팍하다.
상전면 수동리 외송마을은 10년 전에 주민들이 새로 만들었다. 죽도 아래 부근에 몇 년째 대를 이어온 외송마을이 있었지만 용담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겼다. 마을 주민들 일부는 떠나고 일부는 남았다.

떠난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왔다. 저녁 7시 30분. 용담호는 외송마을 주민들의 슬픔을 모른 척 땅거미에 푸르스름하게 잠겨갔다. 마을회관에서 김각규 이장과 마을 주민 한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용담댐이 생기기 전 5개 면을 돌면서 무던히도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국가는 '돈'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였다. 끝났다. "쌀을 사서 먹어요. 농사짓던 놈이 쌀을 사 먹는 거 봤어요?"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각규 이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땅을 물에 뺏기고 그들은 수자원공사에서 준 보상비로 지금껏 버티고 있다. 김 이장은 고향을 지키고 있을 무렵에는 자신의 밭과 더불어 이천 평 소작을 지었다. 용담댐이 생기자 땅주인들은 환경청에 땅을 팔았다. 빈익빈 부익부. 땅을 많이 가져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대도시로 나갔다.

수동리 외송마을은 죽도로 이름난 곳이지만 땅은 부족하다. 산이라도 개간을 하려 했지만 문제는 단단한 바위산이라는 것이다. 물이 마를 무렵이면 동네 아래로 내려가 수면위로 떠오른 농지를 일궈 고추를 심는다. 불법경작이다. 물이 차오르면 열심히 가꾼 텃밭은 물 아래로 가라앉는다. 어쩔 수 없다. 보고 있을 수밖에. 환경청은 용담호 1급 수질을 위해 억지로 은행나무와 벚나무를 심어 개간을 막았다. 보드라운 흙을 만지고픈 농부들. 그들은 소망한다, 우리에게 금지된 것을.

"사는 게 사는 게 아녀. 살아나갈 것이 없잖여."
김각규 이장은 '생존의 수단'이 없다고 말한다. 보상비 받은 돈으로 5천만 원짜리 집을 지었다. 그는 다시 한탄한다. "우리는 영세민도 아녀. 이놈의 집 때문에. 여기저기 하소연했지만 코 대답도 안 허더라고. 개는 사람이 주는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잖여. 근디 우리는 전기세· 쌀값· 이것저것 먹고 살 값을 감당해야는디 말이지."

김 이장은 현재 공공근로에 참여하고 있다. 한 푼이라도 벌고, 한 푼이라도 아껴야 산다.
그는 옛날을 그리워한다. 농사지을 때가 숨 쉬며 사람답게 살았던 시절 같다. 나무 때면서, 나무 타는 냄새 솔솔 풍겨올 때 마누라와 함께 푸성귀에 밥 먹었던 시절. 잃어버린 시절은 오지 않는다. 이주민의 기준도 두 가지로 나뉘었다. 땅을 소유해 환경청에 판 사람만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김 이장 말대로 '점빵살이(더부살이)'한 사람은 이주민이 아니다. 단돈 십원이라도 받은 것이 있어야 이주민 취급을 해 준다.

옆에 있던 마을 주민도 짐짓 화가 끓어오르는지 한 마디 덧붙인다. "집 이외에 소유한 부동산이 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어요. 총 1억 2천만 원을 받았어요. 1억 남짓. 그 1억 원을…."

마을 주민은 허공을 바라보며 멍한 눈빛으로 말한다. 정든 집을, 고향을, 사람을 떠난 대가가 1억 원 남짓이다. 형편이 어려운 자식들에게 몇 푼씩 쥐어 주고 나니 그것도 못할 짓이다. 정작 자신과 아내의 입에 풀칠할 일만 남았다. 보상 뒤에는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시한(겨울)에는 늙은이들이 얼어 죽게 생겼어, 시방. 주는 대로 보상을 받았어. 빚 얻어다 쓴 영농자금을 평생 못 갚을지도 모르지. 자식들 아무짝에 쓸모없고."
곁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김 이장이 한 마디 꺼냈다. "수몰민들은 모두 그렇다고 봐야지. 음. 그렇지."

그는 군에서 수몰민들에게 20만 원씩 준다는 소식을 이장회의를 통해 들었다. 다달이 주는 것인지 1년에 한 번씩 주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없는 살림에 기대가 된다. 언젠가 외지인들이라도 끌어들이려 버스정류장에 장미를 심은 적이 있다. 그러나 장미는 어쩐 일인지 맥없이 시들어 죽었다.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 물도 주고 빌어도 봤지만 소용없었다. 군에서 주도하는 '그린빌리지 사업'도 물 건너간 셈이다.

김 이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그의 목소리가 대번에 끓어오른다.
"농촌마케팅전략이다 뭐다, 오셔서 설명하지만 콩을 심어 메주를 만들어 팔래도 땅이 있어야지, 땅이. 하릴없이 동네나 돌아다니기를 10년째요. 생계대책을 세워줘야지, 원. 우리는 한 가지 소원밖엔 없어요. 우린 농사짓던 농사꾼들이었어요. 먹을 만치 농사를 짓고 싶어요. 노는 사람 없이 농사를 짓는 게 소원이요, 우리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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