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면 좌포리 원좌마을 전진택 씨

▲ 전진택 씨 가족
"경남 함안에서 12년간 목회활동을 하면서 현재와 같은 제도 교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대교회의 모습을 생각하며 현재와는 다른 모양새의 목회를 하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현재의 교회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계속 나아가야할 것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목회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머리보다는 몸을 움직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함안에서의 목회활동을 정리하고 농촌에서 일 년 정도 푹 쉬고 싶었다. 그는 새로운 거처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녔다. 향후 전주에서 목회활동을 재개할 생각이 있었던 그는 전주 가까이의 시골에 집을 구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전주 근처라면 진안도 괜찮지 않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에게 진안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낯선 곳이다. 귀농귀촌활성화센터에서 소개해 준 집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이다. 성수면 좌포리 원좌마을에 위치한 집은 낡아 대대적인 수리를 해야 했지만 마당도 넓고 닭도 키울 수 있어 지내기에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명평화결사 밑그림 그리며
현재 그는 일주일에 5일은 전남 영광에서 생활한다. 그곳에서 그는 생태운동가 황대권 씨가 이끌고 있는 생명평화결사에 참여하고 있다.

"생명평화결사는 세 가지 대전제를 받아들이는 이들의 결사체입니다. 첫째는 자연친화적인 삶이고 둘째는 농업에 기반을 둔 삶이며 셋째는 마을을 이루는 삶입니다. 기술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을 거스르는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자각인 것입니다."

단호한 결의였지만 그가 말하는 생명평화결사는 지금까지의 운동단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운동은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모여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대를 고치려고 하는 방향으로 투쟁했다면 생명평화결사는 단일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며 조직적 강제도 없습니다."

그가 말한 생명평화결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며 지구를 살린다는 대전제 하에 각자가 잘 사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라는 인식으로 자신을 고치고, 무엇을 반대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게 아니라 나를 고치므로 전체를 살리는 방향의 운동이라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어울려 사는 게 자연의 질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운동은 자기성찰과 수행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운동은 네트워크로 이뤄져야 합니다. 각자가 나름의 지역에서 하나의 등불이 되어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서로를 향해 백배를 하고 나면
생명평화결사가 각자 자기가 사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이라고 했지만 그들도 가끔 모임을 가진다고 한다. 각자의 색깔을 가진 이들이 모이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자기의 목소리를 내다보면 소리가 커지지만 이들 모임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저희들은 절대 싸우지 않습니다. 싸우지 않는 게 아니라 싸울 생각이 아예 안 납니다. 왜냐하면 모이고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서로 마주보며 백번 절을 하기 때문입니다. 절 한 번 할 때마다 생명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서원을 듣습니다. 그렇게 절을 하고 나면 서로의 다름이 아무런 문제로 다가오지 않게 됩니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개신교 목사의 모습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유를 들어본 즉, 그는 개신교 교단에서도 가장 진보적 성향을 가졌다는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소속 목사였다.

"저는 다른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없습니다. 모든 종교가 그 가르침의 핵심으로 들어가면 차이보다는 같음이 더 많습니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렇게 살고자 한다. 하지만 혼자서만 잘 살고자 한다면 공멸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역공동체에서 다양한 먹거리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사회, 그렇게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여야 지속가능한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