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분식

▲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 문점선 씨
터미널은 여러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간이다. 그 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평소에 만나기 힘든 반가운 얼굴을 만나는 곳이고, 낯선 이에게는 떠남을 되풀이하는 익숙한 그러나 처음 가는 낯선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곳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곳 중 하나가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먹을거리다. 진안버스터미널 비어 있는 작은 공간이 오가는 사람들의 즐거운 공간으로 바뀌었다.

터미널 분식이라는 플랜카드만이 걸려있는 분식점은 메뉴판이 없다. 그래도 어느 누구하나 뭐라 말하는 사람이 없다.

문점선 씨(51)가 이곳에 분식집을 낸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다. 평소 집에서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집에서 해먹기는 어려운 튀김 같은 종류도 종종 해주니 아이들도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도 좋아했다.

"이 일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경상도가 고향인 문씨는 무주로 시집을 와서 남편 직장을 따라 다시 전주로 옮기게 되었고, 다시 2007년에 진안 약초센터에서 가게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운영이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가가 시장이나 터미널과 먼 위치에 있다 보니 도대체 장사가 되지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이 공간을 보고 탐이 났어요."

그렇게 하여 분식점을 낸 것이 지난 3월 24일이었다.
분식점의 주 고객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다. 할머니들은 주로 국수 한 그릇을, 할아버지는 소주나 인삼 막걸리 한 잔과 튀김이나 오뎅을 먹고 간다. 단순히 배가 고파서 들리는 것은 아니다. 버스를 기다리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버리면 마땅히 할 일이 없다.

TV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도 싫증나면, 혹은 어쩌다 반가운 얼굴 만나면 막걸리 한 잔과 단무지 하나면 애매한 시간이 금방 간다. 조금 전에 밥은 먹었지만 그래도 웬지 오뎅 하나 먹으며 버스를 기다리면 심심하지 않다.

오늘만 분식점에 네 번째로 들려 막걸리 한 잔 먹고 가는 마령면 덕천리에 사는 정갑동 씨는 추동마을 형님 전종완 씨을 만나 또 분식점에 와서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인다.
"막걸리를 오며가며 한 잔씩 먹었더니 배가 안 고파. 속이 든든한 거이. 여그 이 집이 생겨서 좋네."

버스 시간이 십오분 남았는데 계속 창가를 기웃하던 어머니가 분식점 문을 열고 들어온다.
"갑자기 배가 고프네. 튀김 천 원 어치만 줘요."
오늘 가져온 싱싱한 오징어를 방금 튀겨낸 튀김을 호호 불어가면 맛나게 드시고 집으로 돌아간다.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이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아마도 이 일이 인삼 파는 것보다 본업이 될 것 같아요."

음식은 정성어린 마음이라고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어 낸 국수 한 그릇, 튀김 한 접시가 터미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뱃속을 든든하게 해준다.

터미널 분식의 메뉴는 어묵, 튀김, 인삼 막걸리, 소주 그리고 국수이다. 비빔국수는 없으니 물국수 싫다고 비벼달라고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주인 문점선 씨의 살가운 웃음소리도 함께하면 버스를 기다리는 지루함이 날아갈 것이다.

▲ 버스를 기다리며 나누는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정이고, 인심이다.
▲ 버스를 기다리며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한번은 기웃거리게 만드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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