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현장스케치
폐교위기의 읍내 학교 교육감 바뀌면서 일어설 힘 찾아

▲ 오천초등학교 전경
학생 수 27명. 병설유치원을 빼면 6학년 20명이 전부다. 현재 1학년은 한 명.
"개인교습이네요."
"그보다는 외로워서 걱정이 더 크죠."
교무담당 황동국 교사가 아이 없는 학교의 어려움을 전한다.

"작년까지는 폐교될까 봐 걱정이었죠. 교육감 바뀌고 '내 임기 동안 폐교는 없다'라는 말에 가장 힘을 받은 학교랄까요. 작년 부임한 박병래 교장 이래로 학교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올해 새롭게 바뀐 도서실은 환하다. 최소한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장식자재 구매는 줄이고 환한 벽지와 책장들, 의자와 책상들을 배치한 모습이 시골학교의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그중에 최신식 시설은 단연 빔프로젝터. 아이들과 같이 영화보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큰맘을 먹은 내용이란다.

지난 4일 오후에 찾은 학교는 수업은 끝나고 방과 후 학습이 진행 중이었다. 마땅히 너른 장소가 없어서 급식실에서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은 이방인을 보자마자 "안녕하세요"를 외친다. 표정도 밝고 명랑하기도 하여라. 이런 순수한 영혼들을 봤나. 시골아이들과 도시아이들의 차이를 말하라면 이런 '따뜻함'일 거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으려고 들이댄 카메라를 쑥스러워하며 외면한다. 연방 홀끔거리며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한다.

"몇 번을 만나도 또 인사하는 아이들이지요."
얼마 전부터 귀향해 고향마을의 학교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하게 된 박성숙 씨의 말이다.
"운영이 쉽지는 않아요. 우선 아이들이 너무 없어서 그런 점이 있죠."

▲ 체험학습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과거에 동네마다 있던 학교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지금은 쓸쓸하게 남은 휑한 운동장에 잡초가 가득하고 얼룩진 학교건물은 을씨년스러움만 더한다. 만약 폐교가 되었다면 오늘 오천초등학교 자리는 그렇게 황폐해졌을 것이다.

이곳의 아이들은 대부분 택시를 타고 다닌다. 택시 두 대와 계약해서 약 스무 명의 아이들을 학교로 실어 나른다. 학교 버스를 운영하기엔 학생 수가 작은 탓이다. 대부분 과거 학교가 있던 마을의 아이들이다.
학교는 시골냄새가 물씬 풍긴다. 일단 학교의 규모도 작고 교실도 무척 낡아 있다. 일부 교실은 옛날 마룻바닥이 깔려 발을 올리면 삐걱댄다.

"어떤 곳은 바닥이 빠지기도 했어요. 저쪽 교실에는 바닥에 고양이가 죽어서 썩고 있어서 냄새 때문에 수업을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지하실 냄새. 습기가 코를 자극하는 곰팡내가 난다. 과학실 쪽이다. 벽 쪽으로 켜켜이 쌓인 옛날 교보재들과 벽 쪽에 벗겨진 페인트, 바닥은 황토색 니스칠한 나왕의 결이 그대로이고 삐걱대는 바닥을 밟고 실험실 탁자 한쪽의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물도 나오지 않는다.

복도의 한쪽에 마련된 아이들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작년 것이라는데 곧 올해 작품들로 교체할 예정이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들의 사진. 모두 학생들이 전문 사진사에게 배워 찍은 사진이란다. 구도, 상황설정 등이 매우 훌륭하다. 기자라고 사진기 들고 다니는 내가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사진들도 있다. 아이들이 희망이다. 근년 태어나는 아이들이 없어서 걱정이다. 이 지역엔 생산주체가 별로 없다. 다른 지역에 다수를 차지하는 다문화 가정도 거의 없다.

희망은 마을과 동창들을 비롯한 대규모 행사가 작년부터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썰렁하던 학교가 주민들로 북적이는 광경은 교사들에게도 큰 희망이 되었다. 운동회를 겸한 마을잔치는 이곳에 새로 부임한 이 학교 출신 박병래 교장의 노력 덕택이다. 퇴임을 앞둔 노 교사의 모교사랑이 결실을 보고 끝이 나길 기대해본다.

▲ 오천초등학교 아이들의 과학체험 활동 모습
▲ 과학 전람회
▲ 텃밭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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