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큰 지역의 또다른 변화-순천시
2 완주군에서 배우는 지역 자립 커뮤니티
▷3 경제가 살아난-스위스 커뮤니티비즈니스
4 마을이 세계로-이탈리아 커뮤니티비즈니스
5 우리가 꿈꾸는 진안의 미래

인구 2만 7천여 명. 실거주 인구 1만 9천여 명. 제정자립도 최하위. 이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다. 내세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학생들도 떠나고, 젊은 사람들도 떠나고, 우리군을 떠나려는 사람들뿐이다. 그나마 귀농하려는 사람은 늘고 있다. 계속되는 악순환은 끊을 길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군에서는 홍삼과 아토피 그리고 유기농 등 동력산업도 좋지만, 앞으로 쓰러져갈 농촌의 대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커뮤니티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우리 군이 고민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편집자 주

▲ 이방인도 반갑게 맞아주는 게마인데 주민들. 커뮤니티비즈니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주민과 의회, 손잡은 프라우엔펠트
프라우엔펠트(Frauenfeld)는 스위스 북부 취리히 북동쪽에 있는 투르가우(Thurau) 주이며, 인구는 5만 2천 명으로 농촌지역이다. 프라우엔펠트는 16개 면단위를 24개로 세분화 되어있다. 이를 게마인데라고 부른다. 스위스 게마인데들은 지방자치 전통이 강해 연계협력에 잘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지역발전을 가로막았고, 젊은이들도 점점 줄었다. 지역은 침체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지역주민들과 의회는 손을 잡았다. 그리고 프라우엔펠트 지역마케팅연합(Kooperatives Regional Marketing Fuerdie Regio Frauenfeld)이라는 민관협력 조직을 결성하고, 스위스 정부의 지역혁신프로그램인 '레지오 플러스(Regio Plus)' 정책을 추진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프라우엔펠트는 지역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동발전체계를 구축했다. 프라우엔펠트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는 지역경제와 관련된 교육, 이미지마케팅, 축구장 건설, 교통시설 확충, 철도 증설, 상수원 보호, 농산물 마케팅, 주책정책, 실업자 보호, 인력 양성 등 모든 분야를 사업계획을 세웠다.

이 프로젝트는 시내 중심지에 대한 지원정책을 펼치면서도, 도시와 지방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지역 전체에 경제적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그 핵심전략 추진은 민간전문추진단이 맡았다. 의회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스위스는 의회에서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프라우엔펠트에는 7명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최종 확정했지만 그 결정까지 3년의 세월이 걸렸으며, 민간전문추진단을 중심으로 주민 여론을 수렴했다. 그리고 주민과 공무원으로 구성된 추진단 내 분과위원회는 4년간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프라우엔펠트로 유입되는 인구는 해마다 2%씩 증가를 보이고 있다.
 
◆낙후된 마을, 유네스코 지정 마을되다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혜지역은 '엔틀레부흐(Entlebuch)'다. 엔틀레부흐는 베른(Bern)과 루체른(Luzern) 사이에 있는 마을로 해발 2천350m에 3만 9천ha를 차지하고 있는 광대한 지역이지만 고산 습지대라는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스위스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 중의 하나다.

하지만, 엔틀레부흐는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를 역발상을 통해 지역경제와 관광 등 복합적인 기능을 실현하게 했다. 바로 지난 2001년 스위스에서도 유일하게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는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를 통해 나날이 변모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되어 있던 엔틀레부흐 주민들에게 스위스에서도 가장 넓은 고산 습지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 서식하는 여러 종의 야생 동식물군과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동굴 등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만 여겼던 스위스 유일의 태초의 풍경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탈출구가 된 셈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UNESCO Bioshere Reserve)은 인간이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는 지역을 유네스코에서 지정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서 전 세계 500여 지역이 지정돼 있다. 인구 1만 6천941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지역인 엔틀레부흐는 이제 스위스에서도 전혀 낙후된 지역이 아니다.

엔틀레부흐는 단순히 자연 보존이 잘 되어 있는 수준을 넘어 지역 경제, 관광 등 복합적인 기능을 자연과 공존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미셸린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은 식당, 레닌이 머물렀던 호텔 등 문화·역사적으로 다양한 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거대자본이 투입되고 다시 다국적 기업에게 수익이 환원되는 형태가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수익이 고스란히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고급체인 호텔이나 화려한 관광상품은 없지만 에코투어리즘의 원형을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네스코 엔틀레부흐 엘케구쓰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후 가장 큰 소득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라며 "마을에서 가공된 치즈는 최상위 품질로 인정받고 파스타와 딸기 알코올 음료 등은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 마을에서 가공된 제품을 파는 판매장.
◆전통치즈 농가 페퓌콘
스위스 취리히에서 서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페퓌콘(Praeffikon)은 규모는 작지만 낙농업 활성화와 관련된 지역 마케팅을 레지오 플러스 사업으로 추진한 곳이다. 하지만, 대규모 치즈 제조업체들이 늘어나고, 대도시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전통적인 가내 수공업 형태의 치즈농가들은 급속도로 사라져 갔다.

Pro Zuercher Berggebiet(PZB)협회가 이 지역 치즈 제조업자들과 공동으로 그들이 생산한 특산품의 상품화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취리히 산간지방에서 나온 특산품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더욱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 위해 레지오 플러스에 참여하게 됐다.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23개 치즈업자들이 고품질 친환경 제품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살아남았다.

이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 점차 이 지역 출신들로 교체되고 있다. 치즈 제조업자협회와 판매자 회원들은 현재까지 1년에 평균 3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지역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더불어 14개 주간 지역신문의 연합취재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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