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창현 진안초등학교 교장

운동을 하다보면 땀이 나고 갈증을 느낀다. 하물며 금년 같은 여름에야 말 할 나위가 있겠는가. 운동을 한 후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컵이 주는 시원함, 그 시원함은 단순한 시원함을 너머 쌓였던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삶의 보람까지 느끼게 해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원함이리라 본다.

진안초등학교 강당 겸 체육관에서는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이 체육관 이용 계약을 맺고 야간에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수기 설치가 문제다. 회원 대표가 운동을 하면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자 하니 강당에 정수기를 설치해야겠다는 요청을 해와 며칠간 설치 해본 일이 있었다. 며칠간 정수기 물을 아이들도 마시고 회원들도 마셔보았다.

정수기 물을 활용하는 아이들의 행동과 사용한 후의 정수기 주변 상황을 바탕으로 관련 교직원들은 정수기 설치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였다. 회원들이 정수기를 잘 관리는 하겠지만 학생들도 마시게 되니 학교에서도 정수기를 관리해야 하는 문제나, 흘린 물 위에서 뛰고 달릴 아이들이 넘어질 수도 있고 겨울철 결빙에 의한 사안이 발생할 소지가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정수기 설치를 허용치 않기로 했었다.

정수기 설치를 허용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일부 회원의 볼멘소리를 모 일간 신문기사로 읽어 보았다. 다수의 회원들은 일부 이런 회원들의 불만을 만류해 주기 바란다. 일부 회원들의 생각으로는 학교경영이 패쇄적으로 보이겠지만 전교직원들이 아동의 안전을 항상 염두에 두는 학교경영에 의해 아동들이 큰 안전사고 없이 지내 왔다고 보면 된다. 사고의 전환이 있기를 바란다. 학교 시설을 사용할 때는 학생들의 생활에 누가되지 않는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일방적인 요구를 너무 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참아내는 우직함도 필요하다.

갈증 해소 욕구가 있을 때 만족감을 즉시 채워주는 정수기 물이 아니라도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이미 활용하는 회원도 있겠지만 그 방법의 하나는 집에서 페트병에 물을 얼려 와서 마시는 방법이다. 배드민턴 회원들이 강당을 이용하기 전에는 어머니 배구 회원들이 3년간 강당을 이용했었고 무더운 여름에는 집에서 물을 얼려와 마셨다. 물을 얼리려 냉장고 냉장실에 물을 넣으면서 내가 이 물을 마실 때 얼마나 시원할까를 상상해 보는 여유 있는 마음. 자기가 먹을 시원한 물을 자기가 준비함은 자기 자신에 대한 봉사다.

또 하나의 방법은 시원한 정수기 물만 못하지만 수돗물을 마시는 방법이다. 수돗물을 마심은 집에 가서 시원한 정수기 물을 마실 때까지 시원함을 유보시키는 활동이다. 욕망을 잠간 유보시키는 것도 자기 경영이다. 나는 학교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 내가 수돗물을 그냥 마시면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그냥 마셔도 되는 물이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진안의 수돗물은 아주 좋아서 괜찮다며 나는 진안초등학교의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

강당 이용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말은 말자. 이 돈은 군청예산이다. 이용료를 군청에서 내는 것이다. 돈을 주고 빌린 엄연한 유료 시설이라며 마음대로 이용해도 된다는 발상은 개선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이용료를 받으면 학교수입으로 잡아 전기료 등으로 지출한다.
학교시설은 어린 학생들과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지만 학생이 우선이라는 생각아래 이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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