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

정원 조성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작년 12월에 진안고원 지방 정원 조성 전문가 포럼이 진행되었다. 진안도 지방(국가) 정원 지정에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지방 정원 조성이지만 속내는 지방 정원을 넘어 국가 정원이 목표일 것이다. 국가 정원으로 가는 길은 우선 지방 정원 지정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국가 정원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원 개념부터 정리해 보자. 정원은 "식물, 토석, 시설물(조형물을 포함한다) 등을 전시·배치하거나 재배·가꾸기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시설과 그 토지를 포함한다)"을 말한다. 그래서 수목원, 식물원, 공원 등 개념과 약간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정원의 조성·운영 주체에 따른 구분 따라 국가 정원(국가가 조성·운영하는 정원), 지방 정원(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는 정원), 민간정원(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조성·운영하는 정원), 공동체 정원(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법인, 마을·공동주택 또는 일정 지역주민들이 결성한 단체 등이 공동으로 조성·운영하는 정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산림청] 

잘 아시다시피 국가 정원은 대한민국에 단 두 군데밖에 없다. 즉 2015년 국내 1호 지정된 순천만 국가정원과 2019년에 지정된 울산 태화강 국가 정원이다. 국가 정원으로 지정되기까지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룬 성과가 아니다. 더욱이 지자체에서 긴 호흡으로 장기 발전 전략을 세운 성과이기에 높은 평가가 따르는 것이다. 국가 정원 그 자체가 대단한 브랜드가 된다. 그런데 현재 국가 정원 지정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세 번째 국가 정원 지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방 정원 지정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지방 정원은 7개소에 불과하다. 세미원(경기도 양평군), 죽녹원(전라남도 담양군), 거창 창포원(경상남도 거창군), 영월 동·서강 정원-연당원( 강원도 영월군), 정읍 구절초정원(전라북도 정읍시), 경북 천년 숲 정원(경상북도 경주시), 화개정원(인천 강화군) 등이 그것이다. 전북에는 구절초정원 1개소가 지방 정원으로 지정되어있다. 구절초정원은 2006년에 심으면서 정읍 구절초 축제로 시작하여 지금은 정읍을 대표하는 축제가 되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림청 공모사업인 '구절초 지방 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한 결과 2022년 지방 정원으로 지정되었다. '구절초정원', '들꽃정원', '물결정원', '참여정원', '솔숲정원' 등 자연 특색을 소재로 5개의 테마정원을 조성하여 짧지 않은 노력의 성과로 이룬 것이다. 그래서 진안의 지방 정원 지정에 조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현재 진안군에서는 네 군데 후보지를 두고 지방 정원 준비를 하고 있다. 후보지의 장단점이 있는데, 일단 후보지가 정해지더라도 곧바로 지방 정원 공모를 신청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정원 개념에 맞는 여러 조건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지방 정원 등록요건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약칭:수목원 정원법 시행령)에 따라 "부지면적이 10만㎡ 이상이어야 하며, 부지면적 중 원형보존지, 조성녹지, 호수·하천 녹지공간 40% 이상이어야 한다. 또, 주제 정원을 갖추고 정원 전담 조직과 전문관리인을 두고 자체 품질·운영관리 평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체험 시설, 편의시설(주차장, 화장실), 안내실, 관리실 등이 갖춰져야 한다. 이렇게 하여 지정된 지방 정원이 국가 정원이 되기 위해서는 3년간의 운영실적과 정원의 품질평가 결과가 70점 이상 되어야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진안에서 정원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우선 민간정원 지정을 먼저 추진했으면 좋겠다. 민간정원은 전국적으로 103곳이 지정되어있다. 역시 전북의 경우 6곳에 불과하다. 꽃객프로젝트(고창군), 달빛 소리공원, 아가페 정원(익산시), 들꽃 마당(정읍시), 애재원(순창군), 황산 들꽃 정원(김제시) 등이다. 민간정원의 조건은 정원 총면적의 녹지 면적이 40% 이상이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경우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면 되기 때문에 지정 조건이 지방 정원이나 국가 정원에 비해 수월하다. 먼저 생각나는 곳이 '진안 꽃잔디 동산'이다. 진안 꽃잔디 동산은 꽃잔디를 2000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계절별로 다양한 수목으로 조성되어 민간정원 지정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안 꽃잔디 동산을 먼저 민간정원으로 지정하는 작업을 하면서 긴 호흡으로 진안 지방(국가) 정원 지정 작업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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