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조효숙 소장(아이마상담센터)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겠지만 우리 집 두 아이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삶의 기쁨을 제대로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이구, 내 새끼. 엉덩이도 예쁘고 배꼽도 예쁘네!"
몇 년 전 둘째아이의 옷을 갈아입히며 어미가 이런 소리를 하자 일곱 살 난 아이가

"엄마, 그런데 다른 엄마들도 다 자기 아들을 예쁘다 해." 그랬지요. 그 전날 본 장면이 아이에게도 생각거리였던 모양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어느 축제 자리에 갔는데 옆 탁자에 어떤 엄마와 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아이는 어딘가 어리숙해 보였고 비만 수준이었습니다.

엄마는 어묵을 시켜서 아들에게 먹이고 싶어 하는데 아이는 콜라만 홀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걸 흘낏 보자 그 엄마가 우리를 의식한 듯
"그래 그래, 그거 먹어. 우리 아들이 얼마나 예쁜데! " 하더니
"어묵도 맛있는데……." 하고 작은 소리를 뱉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둘째도 진정 자식을 사랑한다는 뭘까, 고민이 되었던 거지요.

아이가 몸이 약하거나 늦둥이거나 혼자인 경우, 어머니가 지나친 보호를 하기 쉽습니다.
영철(가명)이 어머니는 아주 어린 아기였을 때 뇌를 다친 영철이를 위해 줄곧 자모회 활동을 하고, 학기 초면 담임교사에게 아이를 특별히 부탁하곤 했습니다. 힘든 숙제 같은 거 내주지 말고 내버려두라고. 영철이는 자아존중감이 무척 낮았고, 화를 참는 능력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여자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했으며 엄마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습니다. 공부라도 따라가야 된다고 밤늦게까지 학원을 보내다 5학년이 되어서는 그저 놀게 합니다. 아이가 쓰러져서 눈이 홱 돌아간 적이 있다고 어머니는 걱정하고, 담임선생님은 학습능력이 부족하다 했지요.

독서치료를 하며 만난 두 달간 지켜보니 영철이는 언어성 영역에서는 다소 우수한 수준으로 보였습니다. 아이가 무척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 따라 놀고 싶어서 방과 후에 하는 거 힘들다고 한 말을 듣고 어머니는 영철이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전화를 드려 설득하고자 하였지만 어머니한테서 내 자식은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사랑한다는 고집스런 믿음을 느꼈습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거의 정신 나간 상태로 잃어버린 큰아들을 찾아 헤매는 꿈을 꾸었습니다.

나는 압니다. 엄마들의 그 사랑이 진실하다는 것을. 그러나 다시 엄마인 자신을 냉정하게 들여다봅니다. 자식을 사랑한다면서 사실은 지배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의 독립심을 발 묶어놓은 것은 아닌가.

(선생님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놀이치료, 노래놀이치료, 독서치료를 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을 생각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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