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 유문희 동향면 신송리 호천마을
드디어 자두나무에 열매가 열렸다. 3년 전에 심은 자두나무에서는 많은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나니 자두열매가 조랑조랑 열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이럴 수가~~!! 처음 보는 자두열매는 무척 신기했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꽃술이 시들해지니 조그맣게 나오는 자두열매는 마치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듯, 밀고 나오는 '자두의 힘'은 위대한 탄생이었다.

처음에는 꽃술에 가려 쌀알 크기만 하더니 자두가 조금 더 커지니 콩알만 해졌고, 그리고 조금 더 커지니 앵두만 하고, 지금은 매실만 해졌다. 자두가 크는 데로 매일 자두 밭에 나가 적과를 해주었다. 힘든 줄도 모르고 신이 나고 재미있다. 이것이 커서 가을에는 자두가 된단 말인가? '와아~ 정말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귀농 4년차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조용히 공기 좋은 곳에서 노년을 보내자고 무작정 아무 연고도 없는 진안 땅에 발을 디뎠다. 농사일의 순서도 모르는 우리는 동네 분들에게 물어봐가면서 첫해에 이것저것 심어봤지만 힘든 만큼 소득이 따라주진 않았다.

다른 것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이곳 동향면에 자두작목반이 생겼다. 2007년도 산비탈이던 땅을 토목공사를 해서 자두를 심기 시작했다. 잘 자라는 자두나무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할까.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우리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제주도와 남해 쪽에는 태풍피해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그 태풍이 우리에게도 다가왔다. 땅을 개간해서 자두나무를 심은 밭둑이 지루하게 내리는 비로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나무뿌리가 뽑히는 사태가 나고 말았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도 주저앉고 말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찌 좋은 일만 있겠는가? 이것도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시련인 것을….

지난 2008년 밭 옆에 계곡이 있는 땅을 토목공사를 해서 자두나무를 심었다. 여름에 태풍이 올라온다는 뉴스에 계곡을 메워 놓은 곳이 사태가 날까봐 남편은 날마다 노심초사했다.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더니 그곳이 가라앉으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이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우리는 2007년도처럼 사태가 닥칠까봐 초긴장 상태였다. 급한 김에 생각해 낸 것이 20미터가 넘는 밭둑에 비가 올 때만 비닐을 치자고 했다. 길이 20미터, 넓이 12미터짜리 비닐 두 개를 준비해서 시설해 놓은 자두나무 파이프에 끈을 묶고 허리에는 로프를 매고 비닐을 치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보통일이 아니었다.

오뉴월 삼복더위에 젊은 사람도 로프타기가 힘든데 나이 60이 넘은 사람이 처음으로 로프를 타면서 일을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다행스럽게도 더는 큰비가 오지 않아서 밭둑은 우려한 사태가 나지 않았다.
유수 같은 세월 속에 올봄 2007년도에 심은 자두나무에 열매가 많이 달렸다. 그동안 자두 밭을 일구며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우리의 마음도 감회가 새로웠고, 3년이라는 세월을 힘들게 일하고 고생한 남편이 고맙고 자랑스럽기만 했다.

올 가을에는 주먹만 한 자두가 열릴 것이다. 과연 우리 손으로 가꾼 자두 맛은 어떤 맛일까? 자두가 열리기까지 어려운 과정이 많았지만 맛있고 좋은 열매로 탄생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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