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이규홍 새진안포럼·데미샘학교생태교사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존 던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니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일 뿐이어라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대륙은 그만큼 작아지는 것이며 만일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領地)가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이리라 어느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 이는 내가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리나니
 
낳고 죽는 것이야 하늘의 섭리이니 사람의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지만 올해에는 유독 좋은 사람들이(처한 입장이나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상을 따나는 일이 잦았다. 올 초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시자 많은 사람들은 그 분의 생전의 업적과 남기신 말씀을 생각하며 떠난 이의 한 생을 기렸다.

엊그제 49재를 치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소식에 '노무현 현상'이라 할 만큼 커다란 국민적 애도의 물결이 온 나라를 휩쓸었다. 이 추모의 물결은 아직도 여전한 듯하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에는 팝의 황제라 불리는 마이클잭슨이 또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해 그와 추억을 나눠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그가 누구이던 한 사람의 죽음은 남은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게 된다. 그것은 죽은 사람이 꼭 유명해서가 아니라, 내게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만이 아니라 나와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던 한 쪽이 떨어져 나가는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안타까움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존 던'은 인간은 누구든 그 자체로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이며, 인류의 한 구성원이라는 시구는 인간이 누구도 홀로 존재할 수 없음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라 여겨진다.

인간은 좋든 싫든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광대한 우주와 그 일부인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매일 만나고 헤어지는 숱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주기보다는 받는 것에 더 익숙해진 채로 무감하게, 아무런 부채감도 없이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노무현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이클잭슨과 난 일면식도 없을뿐더러 편지 한 장 주고받은 사이도 아니다. 하지만,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하늘을 보며, 같은 공기를 마시고 우린 살았고 의식하진 않았지만 그들로부터 우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인디언들은 사춘기가 될 즈음, 자신을 낳아준 부모 외에 또 다른 부모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바로 하늘과 땅, 곧 우주가 그들을 낳고 기르는 부모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낳아 준 부모의 고마움도 크지만, 우주의 모든 생명들이 자신을 길러주고 부양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하늘을 아버지로, 대지를 어머니로 일컫는다고 한다. 그리고 천지만물이 모두 나의 형제와 친척임을 알게 된다. 인디언들이 개인의 욕망을 확대하기보다는 나의 가족과 이웃과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이런 천지부모의 관념을 일찍 터득했기 때문이었으리라. / 서정록씨의 글 중에서

세상의 어느 한 구석에서 벌어지는 어느 사소한 일이라도 나와 무관한 일은 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떠벌이는 미친놈의 목쉰 잡소리가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나와 상관있으며 언젠가는 내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살기 폭폭하고 머리 복잡하다고 신경 끄는 그 순간 나는 세상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며 인류(국민)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다. 누구는 한 삼년 남짓 남았으니 잘 버텨보자고 하지만 참여하지 않는 국민에게 바라는 세상은 그저 오지 않는다.

매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온 나라를 울리는 종소리가 누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종소리인지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소리는 바로 나를 위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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