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이 본 농비어천가

▲ 송영철 동향면 새울터 주민
요즘 TV를 가끔 시청하면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그중 가장 이슈가 되어 있는 귀농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언론에서도 경쟁하듯 다루고 있어 순수한 마음들을 왜곡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얼마 전 방영된 농비어천가에 관심 두고 시청하니 생각보다 젊은 계층에서 귀농을 꿈꾸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찌 보면 일자리도 많고 문화생활도 다양하고 모든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도시에서의 삶을 외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지금 있는 자리가 그다지 행복하고 만족하지 않다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세 아이를 데리고 일 년 전 귀농한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살집이 마련되지 않아 두 달간 떨어져 지내야 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무엇을 꿈꾸며 귀농을 그린 것이었나 답답했다. 일 년이 지난 요즘은 현지 주민과의 갈등 같은, 귀농자들과의 갈등인 정신적인 문제와 경작할 농지구입의 어려움도 있다.

또한, 아이들 교육비만 절감이 되었을 뿐 모든 물가가 비싸고 자가용 없이는 장도 보지 못해 유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도시보다 추워 연료비에 통신비, 수입은 없고 지출은 많고 또 작은 텃밭이라도 하려면 거름과 씨앗에 각종 모종 그리고 농기구를 구입해야 해 항상 가정은 적자다.

게다가 도시는 어디 가든지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되지만 이곳은 항상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한다. 주변에서는 남편이 원해 귀농을 했으나 생활비 때문에 아이들과 엄마는 원치 않는 시골살이를 하고 아빠는 서울로 오가며 돈을 버는 것을 보며 많이 안타까워했다.

내려오기 전에 귀농학교에서 귀농교육과 실습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들어보았지만 저마다 귀농하게 된 계기가 다르고 귀농지도 다르고 밑바탕이 다르기 때문에, 귀농은 몇 년을 준비해도 정착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인 듯싶다.

다른 프로와는 달리 농비어천가는 일 년간의 리얼스토리라 좋은 경험과 귀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흥미 위주의 이야기를 억지로 연출하여 1박2일과 같은 프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귀농을 준비하시는 사람들에게 허황된 꿈이나 아니면 도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프로그램의 의의는 없을 것이다.

이 프로에서는 총각 아니면 혼자 내려와 지내고 있지만 가족이 내려와 생활하는 데는 또 다른 상황들이 연출될 것이다. 경북 상주와 전북 진안 두 곳 모두 남자들 넷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한쪽에서라도 한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 귀농해서 꼭 농사만 지어야 한다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며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서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되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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