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나무 앞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는 수식어가 즐겨 붙는다. 그러나 ‘저 달이 2만 4천 7백 40 번이나 떠오르기 전의 오랜 옛날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주목나무가 있고, 그 나무가 우리에게 자기가 보고 겪은 세상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그렇다 해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책맛을 들인 뒤 책 하면 내겐 소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소설속에서 건지는 설화적이고 토막난 지식들의 꿰미로 내 옹색한 지식의 방을 채웠고 그걸 밑천 삼아 아는 체 하고 살았다. 자연스럽게 소설가가 될 거라고 스스로 택한 수업은 작가별로 작품을 섭렵하는 것이었다. 이런 내가 언젠가부터 의식적으로 인문학 계열의 책들을 가까
파인만의 아버지는 제복장사를 했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태도는 권위와 겉치레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그는 평생 동안 권위를 조롱하며 살았다. 브라질의 과학아카데미에 가기 전에 그는 포르투칼어를 배운다. 발표할 원고도 포르투칼어로 준비한다. 막상 학회가 열리고 모든 이들이 영어로 말한다. 그러나 발음은 엉망이어서 알아듣기가 어렵다. 파인만은 준비한 원고
과학자란 감정보다는 이성적 추리와 끈질긴 해결력이 의식의 지표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로 당연히 돌과 얼음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 나의 이런 편견은 문학작품에 그려진 인물묘사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나는 아직 위대한 과학자를 만난 적이 없으니까. 더구나 파인만이라니, 1918년 뉴욕에서 태어난 ‘리차드 p 파인만’은 2차대전 중 원자폭탄
나는 남자들을 무척 좋아 해요. 그렇지만 남자처럼 옷을 입고 싶지는 않아요. 모처럼 여자로 태어났는데 왜 남자처럼 입으려는 거죠? 여자들이 긴치마를 입지 않게 된 것은 진짜 큰 실수라고 생각해요. 치맛자락 밑으로 하얀 발목이 살짝 보일 때, 남자들이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리는지 아세요? 무다리 같은 결점은 긴치마를 입으면 가릴 수 있는데 말이에요(타샤) 나도
말을 많이 한다고 글을 길게 쓴다고 해서 뜻이 잘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도 언제나 긴 글을 쓰는 자신의 우둔함을 또 한 번 얻어맞게 한 책이예요. 그래서 오늘만이라도 나는 타샤처럼 말하고 쓰려고 해요 무릉리로 둥지 튼 지 6년이 되어 가는데 작년부터 근원 모르는 치통을 앓고 있었어요. 가파른 깔쿠막을 올라서야만 지붕이 보이는 집, 맘만
지난겨울 평생학습 동아리 ‘마이숲사랑’에서 순천만을 다녀왔다. 핏발 선 해가 저녁 늪지를 녹쓴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갈대숲 사이로 바다를 향해 스르르 기어나가는 검은 뱀같은 물길. 하늘은 검은 그물을 던져 사람들의 하루를 가두고 겨울새들 몇은 스스로 어둠에 갇혔다. 머무름은 봄까지만. 봄이 오면 녹쓴 핏빛 갈대숲도 겉치마 걷어 올
봄비님이 내리시더니 개울물 소리가 제법 크다. 눈 들어 밤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 빛난다. 내가 보는 저 별빛은 얼마나 오래 전 우리별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던 빛일까. 몇 억 광년 전에 쏘아졌을 저 빛, 저 빛을 발하던 임자별은 지금은 까마득히 우주너머로 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 . 어느 별에서 지금 나처럼 우리별을 쳐다보며 아득한 먼 거리에 숨 쉬고 있는
“ 우리 부인 잔돈에 목숨 걸지” 우리서방이 늘 나를 보고 하는 말이다. 사실이다. 아니 사실처럼 보인다. 둘이 길을 나서면 큰돈 지불은 서방이 하고 거스름돈은 내가 챙긴다. 그렇게 받아 챙기는 그 돈들이 나의 기분을 솔찬히 업 시켜준다. 그런 나를 서방은 속으로 다행이라 여길 것이다. 왜? 큰돈을 못 주니까. 하지만 나의 잔돈선호가
지음 : 파트리크 쥐스킨트 옮김 : 강명순 출판 : 열린책들 모든 문학상 수상도 거부하고 인터뷰도 사절하고 숨어사는 기이한 은둔자. 그런가하면 친구들 사이에서는 소탈하게 웃고 어울리는 사람. 이만하면 인간으로서도 작가로서도 이상적인 사람이 아닌가. 한 여름 온갖 쓰레기들이 한데 범벅이 되어 썩어가는 파리의 시장 한구석 생선좌판 사이에서 한 여자가 이제 막
지음 : 프란츠 M 부케티츠 옮김 : 두행숙 출판 : 들녘 우리는 보도를 통하여 지구상의 많은 종들이 날마다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보고를 듣는다. 그 때마다 우리는 지극히 일시적이긴 하지만 관심을가지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우리 곁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사랑하는 친구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그러
지음 : 에릭두르슈미트 옮김 : 방대수 출판 : 이다미디어 사람들은 말한다. 인류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한 인간의 수는 마침내 ‘인간폭탄’ 이라는 말로 그 재앙을 지칭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그 폭탄은 인간들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을 통해 조절되어 왔다고, 과연 그것뿐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눈을 인간에게만
▲ 지음: 이어령, 출판: 생각의 나무 지음 : 이어령 출판 : 생각의 나무 디지로그라는 용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합쳐 새롭게 만든 말이다. 이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합재한 시계같은 것을 가리키는 기술적인 용어가 아닌 좀 더 넓은 의미의 IT전반의 문명현상을 담고 있는 키워드이다. 요즘 ‘문화의 집’ 컴퓨터강좌의 교육생 연령대가 점
▲ 지음: 윤후명 출판: 문학동네 어이, 운정, 서울 올라갈 때 전화 한 번 삐죽 하고 내려올 땐 소리없이 왔다네. 그게 다 조급해서였지 집에 손님이 오셨다지 않나. 그게 누군가 하면- ‘헌문 달아 새집 지은’ 게 우리 집이란 걸 자네도 잘 알지. 다녀도 가셨고. 그 문짝중 수문장격인 현관문이 지난번 안개바람 자욱한 날 기어이 떨어져
▲ 지음 : 이덕일 출판 : 김영사 역사서술은 산을 묘사하는 것과 흡사하다 여름산은 푸르고, 가을산은 붉게, 겨울산은 희게 보인다. 그러나 여름 산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 그 푸른 산이 사실은 수 백 가지의 색색으로 빛나고 있음을-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는 햇빛의 변화와 보색의 작용으로 시시각각 다양한 표정이다. 왕과 사대부의 표정도 필요하지만 중인도 노
▲ 지음 : 강서재, 출판 : (주)위즈딤 하우스 지음 : 강서재 출판 : (주)위즈딤 하우스 한 때 ‘드라마왕국’ 이라는 비난이 돌던 때 방송작가인 동생녀석이 한 말. “뭘 모르는 소리. 드라마가 바로 애국자란걸 아셔야지. 한류열풍의 원인 어디에 있는지 알어? 미국은 2 년전에 기획부터 녹화편집 까지 마친 드라마를 방영해.
▲ 지음 : THE PRIMAL TEEN 바버라 스트로치 옮김 : 강수정 출판 : 해나무 지음 : THE PRIMAL TEEN 바버라 스트로치 옮김 : 강수정 출판 : 해나무 말 잘 듣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불손해지고 혹은 경멸하는 시선을 감히 부모를 향해 던지거나 방문을 쾅 닫으면서 그날은 찾아온다. 여전히 상위권인 성적표가 도착하던 날 아이가 패싸움
▲ 지음 : 이윤기 출판 : 열림원 보던 책 다 읽지 않고 또 딴 책 보시오?” 보던 책을 덮어 올려놓고 다른 책을 보고 있는 내게 남편이 던진 질문이다. “지금은 사회과학시간인 셈. 학교 수업도 종일 한과목만 하나? 어때서?” “허어, 그런 거요?” 연애소설은 한번 손에 잡으면 끝장을 보는 편이지만 다
▲ 지음 : 오쿠다 히데오 옮김 : 이영미 출판 : 은행나무 두어달 전에 서울의 손녀딸방에서 잘 때 잠이 안와 집어든 책이다. 너무 재미있어 중간까지 읽고 못내 미련이 남아 진안공공도서관에서 다시 찾아냈다. 또 웃고 싶어서. 32살인 세이지는 조폭의 중간보스다. 대학시절 검도를 했던 그는 의협심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 자신이 다혈질이라 생각해서 별 고민없이
우리는 한달, 아니 일년 동안 과연 몇 권의 책을 읽을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바쁘게 지내는 현대인들에게 책들은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하지만 책은 우리의 일상에서 느껴보지 못한 바로 그 ‘맛이 있는’ 일을 찾게 해준다. 놀이공원에 가서 많은 시간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주머니를 축내지 않아도, 조금은 늘어지는 자세로도 하루를 충분히